[홀로 백패킹 지리산 둘레길 5코스] 동강 수철 구간
동강이라고 하니까 강원도 정선 할미꽃으로 유명한 동강이 생각나지만
이곳은 경남 함양에 있는 동강마을이다.
오전에 금계에서 동강 구간까지 걷고 난 뒤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겨우 육포와 간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지리산 둘레길 5코스 동강 수철 구간
동강마을 -자혜교 (1.2km) -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1.5km)-상사폭포 (1.8km)- 쌍재 (1.7km)-산불감시초소(0.9km)-
고동재(1.4km)- 수철마을 (3.6km)
총 거리 : 12.1km
예상 소요시간: 약 5시간 난이도는 중
◈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소 ◈
상사폭포
산불감시초소에서 바라 본 지리산 전경
지리산 둘레길 5코스는 경남 함양군 휴전면 동강리와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를 잇는 동강 수철 구간이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동강마을을 뒤로하고 농로길 따라 걸어가다가
동강마을을 뒤돌아 보았고,지리산 자락 안에 들어선 마을들은
산과 강이 어우러져 마치 하나인듯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마을 어귀를 벗어나 도로가 보이면서 차량들이 많아지니까 갑자기 정신이 산만해지더군요.
자혜교(다리를 건너지 않는다-길 주의) 근처에 있다는 큰 바위인 신틀바위도 보지 못 한채
도로 따라 걷던 중 둘레길을 걷는 여성분을 만나 폭포 입구까지 함께 걷게 되었다.
진주에서 혼자 둘레길을 오셨는데 막상 걸을려니 무서워서 중간에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나를 만나서
"왜 이제 왔냐"면서 엄청 반가워 하셨다.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은 한국전쟁 중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남겨 둔 곳이다. 민중의 애한이 서린 장소를 지나가려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도로 따라 점촌마을을 지나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 앞에서는 숙연해지고 긴 계단을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방곡마을을 앞에 두고 추모공원에서 도로를 벗어나 좌측으로 임도길로 내려오니 오봉천 정자 쉼터가 있었다.
화장실도 있고 주위가 정돈되고 깨끗해서 휴식공간으로 좋을 것 같네요.
정자 지나 다리를 건너면서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내려다보았고,
길게 느껴졌던 강변길 따라 걸어오니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과 만나는 곳에 오게 되었다.
어깨와 다리가 너무 아파서 만났던 분을 먼저 보내고 배낭을 내려두고
초코바와 비타민을 먹으면서 쉬어야 했다.
상사폭포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절절함이 담긴 전설이 깃든 작은 폭포로
방곡에서 폭포까지 2km의 숲길에는 바위를 타고 내리는 시원한 계곡 물줄기와
계곡 따라 피어있는 얼레지꽃과 너도바람꽃을 만날 수 있었다.
시원한 계곡을 벗어나 정돈된 돌담 사이 나무들을 지나
햇살에 더 빛나던 핑크빛 복사꽃이 있는 숲길을 걸어 올라가다가 갑자기 나타난 집과 포클레인에 놀라게 되었다.
산약초 재배지 주위로 철조망이 둘러있고 출입금지 푯말이 뭔가 들어오지 말아야 할 곳으로 온 듯
불편하게 하더군요. 또 하나 불편하게 했던 돌계단.
보기엔 별게 아니지만 배낭을 저절로 내리게 했던 겁나는 경사길이었다.
돌계단을 힘겹게 올라 만나게 된 임도길 따라 벚꽃잎이 날리고 있었고 좀 걷다 보니 쌍재가 나왔다.
쌍재는 동강과 수철의 중간지점으로 예전에는 함양 휴전에서 산청 방면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고갯마루로 보부상들을 위한 제법 큰 쉼터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차량이 한 대가 길 옆에 세워져 있었고 둘레길은 우측 산길로 올라가야 했다.
나중에 보니 초소를 지키고 있던 직원 차량이었다.
소나무 숲길 벤치에 잠시 앉아 쉬어보고 계단길 따라 이어진 낙엽송길도 걸으면서
진달래와 소나무 사이 돌길을 걷다 보니 점점 하늘과 가까워지면서 돌탑과 초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망이 너무 좋았던 산불감시초소.
마음 같아서는 일출까지 보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초소를 지키는 분이 5시 30분까지 있는다고 하고
저녁에 비 소식도 있어서 많이 아쉬웠네요.
시원스럽게 펼쳐진 지리산 천왕봉 능선 전경과 능선이 지붕의 용마루처럼 부드러운 왕산,
정상부가 붓처럼 생긴 필봉산 그리고 곰이 굴러 떨어졌다는 아찔한 계곡 곰골을 품고 있는 웅석봉 까지.
지리산 둘레길 5코스의 최고의 장소였다.
산불감시초소에서 고동재로 내려가는 길에는 은방울꽃 군락지로
아직 꽃을 보진 못했지만 며칠 지나면 방울방울 달려있는 꽃들을 볼 수 있겠더군요.
고동재는 고동형으로 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지리산 동부 능선과 연결되어 있는 수철동 서북쪽에서 방곡리로 가는 고개이다.
천하대장군 장승을 지나가니까 갑자기 산불조심 안내 방송이 나와서 깜짝 놀랐네요.
해가 지고 있어서 고동재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임도길을 빠르게 걸어왔고
임도길에서 마지막으로 필봉산을 바라보았네요.
수철마을로 접어들면서 벚꽃과 과실나무 꽃들이 주위를 화사하게 만들었고
마을에는 도로를 넓히는 비포장도로 공사로 인해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었다.
고동재에서 거의 1시간 만에 수철 마을 정자에 도착해서 먼저 화장실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씻은 다음 발가락 물집에 바늘을 찔러 물을 빼 내주었다.
마지막 남은 대일밴드를 붙여주고 정자로 와서 텐트를 설치하고 있는데 주차해둔 차량 주인이 와서
"여기서 뭐 하냐" 물어서 당황했네요.
하룻밤 자려고 한다니까 정자 앞에 있던 차량을 다니기 편하게 옆으로 옮겨주시고 가셨다.
수철마을은 옛날 무쇠로 솥이나 농기구를 만들던 철점이 있어서 무쇠점 또는 수철점이라 불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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